영화 '승부' 조훈현과 이창호의 전설을 스크린에 담다

1988년,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응창기배 결승전. 한국의 조훈현 9단과 중국의 섭위평 9단이 펼친 역사적인 대국은 단순한 승부를 넘어 한 시대의 전환점을 알리는 순간이었습니다.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<승부>는 단순한 바둑 영화가 아닌, 세대 교체와 사제지간의 내면적 갈등을 치열하게 풀어낸 뜨거운 드라마입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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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훈현의 시대, 그리고 천재 소년 이창호의 등장

조훈현 9단은 바둑계의 황제라 불리던 인물로, 당시 한국 바둑계를 넘어 세계를 제패한 최초의 인물입니다. 그와 맞붙은 섭위평 9단과의 대국은 전 세계 바둑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. 하지만 영화는 이 전설적인 승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. 오히려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‘그 이후’부터 시작됩니다.

전주에서 만난 천재 소년 이창호와의 첫 만남, 그리고 그 소년이 조훈현에게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, <승부>는 전설과 천재의 물러설 수 없는 정면승부를 그립니다.

바둑이 아닌 '사람'을 보는 영화

영화 <승부>는 바둑을 잘 몰라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. 바둑의 기술적 디테일보다는 인물의 감정과 내면에 집중합니다. 조훈현이 겪는 세대 교체의 혼란, 이창호가 마주한 천재로서의 고독,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화면 가득 전해집니다.

이병헌의 묵직한 연기와 유아인의 날카로운 눈빛은 사제지간의 심리전과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끌고 갑니다. 이 영화에서 ‘승부’는 단순한 바둑의 승패가 아니라, 인생의 의미이자 성장의 상징으로 다가옵니다.

세대교체의 드라마, 묵직한 울림

특히 후반부는 이창호가 조훈현을 연달아 이기면서 겪는 갈등과, 조훈현이 그 승부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. 스승의 자리를 물려주며 느끼는 허탈감과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두려움, 그리고 제자에 대한 애정까지. 영화는 조용하지만 깊은 파동처럼 관객의 마음을 흔듭니다.

<승부>가 특별한 이유

1. 바둑 영화지만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몰입 가능
2. 사제 간의 갈등과 성장 스토리
3. 이병헌-유아인이라는 최고의 조합
4. 불필요한 설명 없이 묵직한 대사와 연출로 감정을 전함

바둑, 그리고 인생의 승부

<승부>는 단순히 조훈현과 이창호의 이야기를 다룬 전기 영화가 아닙니다. 인생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‘내려놓음’과 ‘성장’을 바둑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풀어낸 웰메이드 드라마입니다. 그리고 이 영화는 조용히, 그러나 묵직하게 말합니다. 진짜 승부는 판 위에서가 아니라, 판을 떠난 이후에 시작된다고.

한국 영화의 또 하나의 수작. 이 이야기는 당신의 마음속에서도 오래 남을 것입니다.